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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kluge)'라는 말의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완벽하지 못한 기억력,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 판단에 대한 오류 등이 그렇다. 우리가 클루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억과 맥락에 대하여

기억이란, 어찌 보면 대단하고 어찌 보면 형편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매우 오래된 기억을 선명하게 기억하기도 하고, 방금 전에 본 것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억은 왜곡되거나 다른 기억과 섞여 구분이 안 될 때도 있다. 평소에 기억하던 것들도 갑자기 질문을 받으면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 또한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물건을 어디에 놓아두었는지 생각나지 않아 물건을 찾는 데에 매일 평균 55분을 소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건망증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스쿠버 다이빙 도중 산소를 확인하는 것을 잊어버려 안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문이 잠긴 차 안에 아기를 두고 내리는 일들이 그렇다. 기억이라는 것은 왜 이렇게 허술할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는 '맥락 기억'이라는 기억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맥락 기억이란, 어떤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관련된 맥락이나 단서를 이용해 떠올려내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을 잘 떠올려내는 것은 맥락에 따라 좌우된다. 또한 맥락 기억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방금 전에 눌렀던 불규칙한 숫자들 같은 단순 암기 영역은 기억하기 어려워하고 금방 망각하지만, 들어오는 모든 기억들의 중요도가 같지 않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우선순위를 매겨 자주 일어나고, 최근에 있었던 일이며, 지금 중요한 기억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한다. 한마디로 가장 유용한 것을 잘 기억해내는 것이다. 병원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던 간호사를 병원 밖 식당에서 마주치면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은 맥락이 조금 바뀌게 되면 기억하지 못한다. 맥락에 의해 기억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도 허술한 기억에 대처하는 방법

왜곡되고, 변하는 우리의 기억의 사실 여부를 바로잡기 위해서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겠다. 바로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내가 넘어졌을 때, 해가 떴었던 기억을 돌이켜보며 그날이 맑은 날씨의 대낮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육하원칙에 의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기억을 바로잡을 수 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지?', '나는 어디서 이 정보를 알게 되었지?' 등의 질문을 대답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억을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운율과 박자에 내용을 넣어 노래로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 흔히, 공부를 할 때에 노래에 암기 내용을 가사로 넣어 부르며 암기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음악을 기억해내면 가사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신념의 오류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굳게 믿는 마음을 '신념'이라고 한다. 우리는 신념에 대한 오류또한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좋은 것이라고 굳게 믿었을 때, 그것을 믿어야 할 증거들이 충분히 있는지, 얼마나 강력한 증거인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주장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까지 말을 해야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어떤 치약이 다른 회사의 치약들보다 좋다고 신념을 갖게 되었다면, 그 신념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알고 있고, 내가 직접 모든 치약을 사용해보았고, 그 사용 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타당한 신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의 신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모른 채 신념을 갖고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는 주변의 부적절한 정보의 영향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후광효과

후광효과는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이용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예를들어, 부정적인 단어를 듣고 암기했다가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 후광효과이다. 결국,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정보와 생각들로 인해 한 사람의 이미지가 좌우되는 것이다. 

초점 맞추기 착각 현상

이 현상은 사람들의 주위를 다른 곳으로 돌려가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얼마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당신의 삶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과 '최근 데이트를 몇 번 했습니까?'라는 질문이었다. 대학생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누어 두 질문의 순서를 바꿔 질문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삶이 행복한지 먼저 물었던 A그룹은 데이트 횟수가 많거나, 적어도 자신의 삶은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반면, 데이트 횟수를 먼저 물어본 사람들은 낭만이 곧 행복이라는 초점에 맞춰서 데이트가 적은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심지어, 데이트를 많이 한 사람들 중에서도 불행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데이트가 행복과 관계가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신념마저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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