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목이 워낙 유명하여 자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끌리고, 유명한 책은 접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나 또한 이 소설을 접했고 북리뷰를 준비하며 보다 자세히 읽어보게 되었다.
밀란 쿤데라는 1968년의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네 명의 남녀의 삶과 사랑을 보여주며, 누군가의 존재의 무게에 대해 다루었다.
네 명의 남녀 이야기
보헤미아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술집에서 일하는 테레자, 그리고 이혼하고 아들 하나를 가진 외과의사 토마시는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 연인이 된다. 그러나 토마시는 한 여자만 사랑할 수 없는 바람기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비나라는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런 토마시로 인해 테레자는 타오르는 질투심에 괴로워했다. 그런 테레자를 달래기 위해 토마시는 강아지 카레닌을 선물하여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고, 둘은 결혼하게 되었다. 둘은 결혼 후 고국을 떠나 스위스 취리히에 자리를 잡지만, 이내 테레자가 토마시를 두고 프라하로 떠나버린다. 토마시는 바람을 피웠지만, 테레자를 사랑했고, 그녀가 그리워 프라하로 따라가 결국 재회한다. 어느 날 토마시는 과거 신문에 쓴 글이 정치적 논란이 되며 더 이상 의사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의 바람기 또한 계속되어 테레자와 토마시의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두 사람은 결국 시골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시작하기로 한다. 한편, 토마시의 바람 상대인 사비나는 유부남이자 대학교수였던 프란츠를 만나게 되는데, 프란츠는 사비나에게 빠지게 되어 이혼까지 감행하려 한다. 그러나 사비나는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삶을 원치 않는 여자였기 때문에 그를 떠나고 만다. 그녀를 짓누를 것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사비나는 프란츠를 떠나 캘리포니아에서 그림을 팔며 정착하고, 프란츠는 캄보디아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두운 길목에서 시비가 붙어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삶과 존재, 그리고 관계의 무게를 견디는 그들
소설 속의 네 등장인물은 각자가 타인에게 기대하는 바와 스스로 설정한 관계 그 가운데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게를 느낀다. 사실, 관계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는 서로 간의 합의하에 내려지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온도와 밀도가 늘 같을 수는 없다. 밀란 쿤데라는 삶과 관계를 무겁게 바라보는 테레자와 프란츠, 반대로 가볍게 바라보는 토마시와 사비나의 다른 개념이 만나 갈등하고,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개념의 대비를 세밀하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삶과 관계를 어떠한 무게로 설정할 것인가?'라는 생각이다.
두 사람사이에 관계라는 것이 생길 때, 이 관계에 대해 얼마만큼의 무게를 부여할지 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스스로 정의 내린 무게만큼일까? 아니면,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에 부여하는 무게만큼일까?
관계에 대한 생각
두 사람이 만나 관계를 설정하고 그 관계에 이름을 붙일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내가 상대보다 무거운 마음을 가진 건지, 혹은 상대가 내가 정해둔 관계의 무게 대한 개념을 흔들 만큼의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 말이다. 자신이 설정한 관계의 무게가 타인과 맞지 않는 일은 모두에게 빈번하다. 우리의 존재는 타인에게 너무도 가벼울 수도 있고, 혹은 무거워질 수도 있다. 현명한 관계 설정과 무게 조절에 실패하면 우리는 길을 잃고 엇갈릴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타이밍'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는 사람과 관계하는 동시에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삶 속에서 만끽하는 성취감, 좌절감, 허약함, 사랑, 고통 등의 감정들은 우리 존재의 무게를 가볍게 했다가도 무겁게 만든다. 우리의 존재는 어디까지 가벼워질 수 있으며 얼마만큼 무거워질 수 있는가? 작가는 이러한 인간관계 속에서 관계의 무게에 대한 개념의 차이로 인한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관계하며 어떤 삶을 견디고 있는가? 우리는 삶에 얼마만큼의 진심을 부여하고 있는가?
책 속의 메세지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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